ABB코리아 윤대식 부장 (사진 무인화기술)
Q. 인더스트리 4.0이나 스마트 팩토리라는 트렌드와 함께 로봇이 더욱 붐업이 되는 것 같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A. 인더스트리 4.0은 4차산업을 의미한다. 각 혁명 때마다 혁명을 주도하는 기기들이 있었다. 그러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은 뭐가 될 것이냐? 결국은 AI가 떠오른다. 유연성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싸고 많이 빠르게 만들던 시대가 3차산업혁명이었다면, 이제는 풍족한 걸 넘어서 다양성의 시대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산업화 시스템처럼 빠르고 단순하게 하는 것으론 부족하고, 유연성을 갖고 가야 하다 보니까 AI라든지 머신러닝 등의 인공지능이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에서 의사결정한 내용을 누군가 해야 된다. 인공지능의 의사결정을 실행으로 옮기는 기계로서 로봇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로봇에 대한 정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로봇은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다관절기구다. 로봇이라는 게 프로그램이 계속 가능하다. 그래서 오더가 계속 바뀌어도 그에 상응하는 액션을 취하기에 로봇만큼 좋은 게 없다. AI와 짝이 맞는 게 로봇 또는 AMR이다. AMR은 로봇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 준다. 로봇은 언제나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유연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차량 위에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 무인자동차가 서서히 나오듯이, 산업현장에도 무인대차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이 AMR이다. 과거엔 라인을 쫓아다니는 AGV가 있었다. AGV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그걸 쫓아다니는 거고, AMR은 바닥에 가이드라인이 없이, 공장 내부의 GPS 역할을 하는 안테나들을 서로 인지하거나 또는 자체적인 비전 센서나 라이다 같은 센서를 이용해서 장애물을 피하고, 인지하고, 주변사물들을 기억시킨다.
로봇이 4차산업에서 왜 중요하냐? AI와 합(合)을 맞출 수 있는 액추에이터의 개념으로서는 로봇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 뭘로 될 거냐? 로봇이냐, AI냐, 아니면 AI에 기반을 둔 로봇이냐? 이런 방향으로 갈 것 같다.
향후에는 어떻게 AI 기술을 융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로봇회사가 선도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기기와의 융합성이 얼마나 높으냐, 이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양쪽 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야 된다.
ABB가 1974년에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어하는 상용화 로봇을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최초로 로봇을 만든 게 1984년이다. 일본보다 3, 4년밖에 안 늦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산업용 로봇 업체 가운데 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로봇 자체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로봇을 이용한 융합기술, 활용기술을 통해서 보다 부가가치가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가 살길이다. ‘시스템 강국.’ 그리고 이미 그렇게 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생산인구당 로봇밀도가 세계 1위다.
Q. ABB의 로봇 포트폴리오가 대단히 다양하다?
A. 다관절 로봇과 델타로봇, 스카라 로봇, 페인트로봇, 협동로봇, 자율이동 로봇(AMR)에 이르기까지 포트폴리오는 ABB가 가장 다양하다. 가반하중 500g 단위부터 800kg까지 있다.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특히 이달 27일에 협동로봇인 GoFa CRB 15000 10kg, 12kg 가반하중 모델을 출시한다. 더 폭 넓은 포트폴리오로 고객 선택지가 확대됐다.
Q. 그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어떤 제품인가?
A.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전자분야의 경기가 좋으면 소형 제품이 많이 판매가 되고, 자동차 분야가 좋으면 대형 제품의 판매가 올라가고, 물류시장이 좋으면 물류로봇의 판매가 올라간다. ABB코리아의 로봇은 어떤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균일하게 잘 팔린다.
Q. ABB는 산업용 로봇의 원조격이다. ABB의 로봇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A. ABB는 로봇, AMR 및 기계 자동화 솔루션의 포괄적이고 통합된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다. 로봇 산업을 놓고 볼 때 가장 큰 경쟁력은 지속가능성이다. ABB 로봇은 고장이 잘 안 난다. 이미 전 세계에 50만대 이상 판매됐다. 다양한 현장에 적용 운영하면서 생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을 해왔다. 따라서 내구성에 있어서는 가장 탁월하다. 바디 같은 경우도 ABB 로봇은 거의 대부분이 강성 바디를 가지고 있다. 알루미늄 합금계열이 아니라 스틸이다. 처짐량에 대한 문제, 외부충격에 대한 강성 때문에 스틸 계열의 바디로 제작이 된다. 또 엔코더 없이 레졸버를 사용한다. 레졸버를 사용하면 가격이 비싸지고 컨버터가 있어야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내구성이 탁월하다. ABB 로봇은 그러면서 소비전력이 가장 적다. 친환경적인 저전력형 컨트롤러다. 무겁고 단단한데 전기는 덜 소비한다. 또한 ABB 로봇은 IP등급이 높으며, 부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도 길고, AS 인원도 많다. 따라서 오래 쓸 고객들, 한 번 설치해 놓고 생산이 끊기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주고라도 ABB를 선호한다.
그리고 안전등급이 대단히 높다. 전 세계로 판매하다 보니, CE규정, KS규정 등 각 국가별 요구조건을 다 맞출 수밖에 없다. 각 국가별로 요구조건을 통과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다 보니까, 안전등급이 높다.
즉, ABB 로봇의 강점은 지속가능성과 내구성 이 두 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
ABB 협동로봇 CRB 15000 GoFa(사진 ABB코리아)
Q. ABB는 2021년, 모바일 로봇 업체인 ASTI Mobile Robotics를 인수해 첫 번째 리브랜딩 자율 모바일 로봇(AMR) 제품군을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ABB 역시 AMR의 시장성을 높게 본 것인가?
A. AMR은 글로벌하게 제품 런칭은 했는데 국내에는 이제 막 적용하는 단계다. AMR은 대단히 큰 성장이 예상되는 제품이다. ABB는 AMR의 큰 잠재성을 보고 아스티(ASTI)를 인수했으며, ABB의 ASTI AMR 제품군의 통합과 글로벌 제조 및 지원 네트워크의 구축은, ABB가 이러한 성장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게 한다. 또한 고객에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전자 상거래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유연성과 속도에 대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게 된다.
ASTI 인수 후 출시될 첫 번째 리브랜딩 모델인 Flexley Tug 및 FlexleyMover 는 견인, 트롤리 운송, 랙·컨테이너 및 팔레트 리프팅과 운송을 포함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된다. ASTI의 레이저 스캐너 기반 2D SLAM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ABB Flexley 자율 이동 로봇은 모바일 로봇이 복잡하고 변화하는 환경을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위스 스타트업이자 ABB 파트너 회사인 Sevensense Robotics의 VSLAM(Visual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위치측정 및 동시 지도화) 기술도 사용하게 된다. 이 새로운 기술은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ABB Flexley AMR을 로봇 팔만큼 자율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작업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ABB 소프트웨어 및 로봇 솔루션의 후속 릴리즈가 더 우수하고 철저하게 통합될 것이다.
AMR은 아직은 초창기이기 때문에, 아스티의 컨트롤러와 ABB의 컨트롤러 조율이 필요하다. ABB의 특징은 0.5Kg부터 800Kg까지 같은 소프트웨어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Q. 최근 들어 협동로봇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협동로봇의 경우는 어떤가?
A. 국내에서 협동로봇의 의미가 약간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협동로봇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직원들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이라고 나온다. 국내외 기업이 재활용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로봇을 가볍고 사용하기 쉬워 도입했는데, 이후 내구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속가능해야 된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제조 판매사도, 고객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로봇이 사람과 충돌을 했을 때 문제를 안 일으키는 로봇을 콜라보레이션 로봇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지금의 콜라보레이션 로봇의 정확한 명칭은 세이프티 로봇, 즉 안전로봇인 것 같다. 로봇이 사람과 부딪쳐도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라보레이션 즉, 사람과 협동을 하려면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된다. 사람이 뭔가를 하려는 걸 로봇이 인지하고 준비한다든지, 서서히 움직인다든지 이렇게 협조가 돼야지, 좁은 공간에서 같이 사용하다가 사람과 부딪쳤을 때 문제가 없다는 걸 코봇이라고 얘기하는 건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콜라보레이션 로봇을 처음에 마케팅한 게 우리 ABB의 유미(YuMi) 로봇이다. ‘You and Me’에서 기인한 유미(YuMi)라는 이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유미 로봇을 만들 때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을 구현하고자 했다. 유미 로봇은 양팔과 한팔 두 가지로 나왔다. 유미 로봇의 특징은 양팔 모델의 경우도 컨트롤러가 하나라는 점이다. 유미 로봇은 컨트롤러가 몸 안에 내장되어 있다. 220V 전원만 꽂으면 된다. 별도의 케이블 연결이 없다. 타사 제품의 경우, 단팔 로봇을 두 개 붙여서 양팔 로봇으로 만들어 따로 케이블 연결이 필요하고, 컨트롤러도 2개인 것과 대비되는 특징이다.
크기도 딱 사람 덩치다. 모션(Motion)도 사람의 어깨와 흡사하게 만들기 위해서 7축이다. 그래서 유미 양팔 로봇은 14축 로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이 로봇의 가반하중은 500g이다. 핸들링할 제품에 툴 무게까지 합하면 핸들링할 수 있는 무게가 500g 으로 다소 부족하기는 하나, 그래도 꾸준하게 판매가 되고 있다. 유미 로봇은 그야말로 사람과 비슷한 일을 한다.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범위가 넓다. 모 화장품 업체의 경우, 파운데이션을 섞어서 피부에 맞는 색깔을 조색하는 시스템에 유미가 제품을 집어서 파운데이션을 만들어서 섞어 준다. 또 아이스크림 제조 시 아이스크림 토핑을 올리고 하는 작업을 사람 사이에 끼어서 같이 한다. 이처럼 유미 로봇은 소리 소문 없이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6월 27일 ABB의협동로봇 GoFa CRB 15000 10kg, 12kg 모델이 출시된다. 10kg, 12kg 가반하중의 협동 로봇은 사람이 한 손으로 핸들링 할 수 있는 무게를 대체 할 수 있어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BB 사례는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협동로봇 용도인데 산업용 로봇의 위치를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아크웰딩, 머신텐딩 등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작업에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협동로봇은 반복정밀도도 떨어지고 IP 등급도 높지 않다. 예를 들어, 머신텐딩의 경우, 가공기 안에 절삭유가 떨어지고 유증기도 있어 보호등급이 낮은 로봇으로는 오래 쓸 수가 없다.
ABB 협동로봇 IRB 14000 YuMi (사진 ABB코리아)
Q. ABB코리아가 로봇 비즈니스를 전개하면서 역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A. 앞서 얘기했듯이, 지속가능성과 신뢰성이다.
우리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로봇 스튜디오(RobotStudio)라는 로봇 시뮬레이션 툴이 있다는 점이다.
로봇스튜디오는 ABB의 로봇 시뮬레이션 및 오프라인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로, 사용자가 실제 생산라인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상 3D환경에서 로봇 설치, 시뮬레이션 및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로봇과 연결된 생산라인 상황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을 현실화함으로써, 고객사의 라인가동에 기술적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내가 써본 OLP(Off Line Program) 중에서는 로봇 스튜디오가 가장 강력하다. 여기서 시뮬레이션한 게 실제 상황에서 거의 95~97% 맞아 떨어진다. 축적된 데이터로 예상 가능한 변수가 프로그램 안에 이미 다 감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ABB는 PC 베이스 로봇이다. PC를 기반으로 컨트롤이 된다. 그러다 보니까 로봇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한 데이터를 그대로 쓸 수 있다. IO 잡은 것도 그대로 쓸 수 있고, 반대도 로봇에서 썼던 프로그램을 로봇 스튜디오에 넣어도 똑같이 돌아간다. 별도의 컨버팅이 없다. 다른 경쟁사 로봇은 다운로딩이라고 해서 시뮬레이션한 걸 다시 실제 로봇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반대로 넣는 것도 힘들고, IO를 설정하는 것도 시뮬레이션에서 잡는 게 아니고 실제로봇에서 잡는다. 그러나 로봇 스튜디오는 리얼하다. ABB 로봇 컨트롤 로직과 똑같다. 따라서 진정한 디지털 트윈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다.
Q. 글로벌 자동화 기업들은 항상 디지털 트윈 측면에서의 자사의 경쟁력을 어필한다. 디지털 트윈이 로봇에서 왜 필요한가?
A.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은 실제상황과 가상상황이 동시에 가는 걸 말한다. 가상상황의 목적은 단 한 가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서 가상공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놓고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디지털 트윈의 목적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 스튜디오처럼 완벽하게 실제상황과 부합하는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로봇 스튜디오를 사용해서 사전에 리스크를 줄이고, ABB 천안공장에 시스템을 깔아서 거기서 성능검증을 마치고 나서, 고객에게 갈 때는 이설개념으로 간다.
로봇이 싸냐 비싸냐는 의미가 없다. TCA(Total Cost Analysis)를 고려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한 로봇이 현장에 들어가서 생산에 저해를 초래한다든지, 정지된다든지, 이 손실을 따라잡기 위해서 야근을 시킨다든지, 이러면 로봇을 싸게 산 의미가 하나도 없다. 그걸 막기 위해서 사전에 시뮬레이션 하고 가설치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적당한 때를 봐서 빨리 들어가 설치를 해서, 빨리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게끔 해 주는 것까지가 ABB나 시스템 업체가 해야 될 일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ABB 로봇의 경쟁력은 지속가능성과 신뢰성이다.
Q. 단기적인 시각에서, 어느 분야의 로봇 수요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나?
A. 식음료 분야가 아직까지 자동화가 많이 안 되어 있다. 앞으로는 물류(로직스틱스) 산업과 식음료, 제약분야의 로봇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 분야에서 유미 로봇 수요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소변이나 대변을 검사하고 핸들링하는,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 있다. 이런 분야에서 유미 로봇의 수요가 생기고 있다. 또, 폭발위험이 있는 실험이나 유독성 가스가 발생되는 어플리케이션에서 수요가 조금씩 증가 중이다.
물류도 과거에는 팔레타이징 로봇으로 상자를 쌓고 디팔레타이징 로봇으로 상자를 내렸는데, 혼합적재라고 해서 다양한 종류의 박스를 한 팔레트에 쌓는 시도를 하고 있다. 포장단위가 계속 바뀐다. 과거에는 포장단위와 박스가 정해져 있었다. 코로나 이후 술을 술집에서 안 마시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웬만한 도매상보다 훨씬 더 많이 술을 판다. 여기의 포장단위는 궤짝이 아니라 2병, 6병이다. 팔레트 단위도 다르다. 쌓는 모양도 다르고 사람이 가져가기 편하게 쌓아야 되고, 포장단위도 바뀌어야 된다. 그러니까 주류 공장에서 빨리 포장단위를 바꿔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주류 공장들도 바꾸고 있는데 뭘로 바꿀 거냐? 결국 로봇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포장단위가 바뀌고 소비형태가 바뀌고 있다. 그걸 맞춰 줄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유연한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게 바로 로봇이다.
ABB AMR Flexly Mover (사진 ABB.코리아)
Q. 로봇에 AI를 접목시키는 것이 ABB의 방향인가?
A. AI를 접목할 수밖에 없다. AI라고 하면 경험이 계속 축적이 되고 스스로 학습이 돼야 한다. ABB는 AMR 업체와 델타로봇 업체, 넙쓰리디(Nub3D)라는 비전업체를 인수했다. 앞으로는 AI 쪽으로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산업계는 로봇과 AI가 양대산맥이다. AI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다. 그것을 액션으로 만드는 로봇회사들, 이 양대산맥이 있는데, 이 둘을 어떻게 융합시키느냐?
개인적인 견해로, 기업접근 측면에서 AI 업체가 로봇 회사들을 인수해서 그쪽으로 가던가, 아니면 로봇회사가 AI 회사들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지 않을까. 로봇 제조사와 AI 기업이 동등한 위치로 양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봇이 지금은 바닥에 설치돼 앙카를 박고 고정돼 일을 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로봇도 차량을 타고 다닐 것이다. 로봇이 AMR에 올라가면 AMR 자체전원도 부족한데 움직이는 로봇까지 전원을 공급해줘야 하니 배터리 부분은 해결해야 할 과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분명히 AI 기술이 탑재된다. 결국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실수하고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라고 로봇에 알려주면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안하는 게 로봇이다.
Q. 향후 로봇 산업 전망을 어떻게 하나?
A. 예전에는 “1억원을 들여서 자동화를 도입하면 사람 몇 명 뺄 수 있어요?”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빼고 자시고 언급이 무의미해졌다. 제조현장에 사람이 없다. 돈을 얼마를 들여서라도 자동화를 하지 않으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3~4년 후면 현실로 도래할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에 의해서 2008년생 이후는 절벽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서, 중장년 근로자에 대한 부족도 함께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인구절벽이 도래할 것이다. 지금 사람을 빼냐 마냐를 논하는 건 한참 늦은 사고다. 지금은 사람이 일하고 있는 공정도 향후 3년 후에 적용할 시스템을 고민하는 회사들이 좀 앞서가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앞서가는 회사들은 스마트 팩토리처럼 회사를 다 갈아엎겠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있다.
나는 거대한 자판기같은 공장의 개념을 스마트 팩토리라고 본다. 스마트 팩토리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스마트 팩토리는 개별 셀 요소들이 모두 자동화가 되고, 그 셀 요소들이 라인으로 묶이고, 그 라인들마저도 하나의 공장에 연계될 때 그때 비로소 스마트 팩토리가 되는 거지, 갑자기 스마트 팩토리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앞서 나가는 회사들은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무인화에 근접하지만, 완전 무인화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는 로봇을 잘 다루는 회사가 살아남을 것이다. 과거에는 노사관리를 잘하면 성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로봇을 잘 다루는 회사가 성장하고 살아남는 시대가 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현재 로봇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주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어느 집이나 로봇 한두 대는 있을 것이고, 로봇 다루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 온다.
ABB Flex Picker (플렉스피커) (사진 ABB코리아)
Q. 로봇 기술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하나?
A. ABB 로봇 비전은 ‘일터에서 로봇이 노트북, 스마트폰처럼 익숙하고 친숙한 세상. 로봇이 사람과 협력해 더 이익이 되고 생산적인 업무를 지원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조성하며 더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스마트한 사람이다. 사람교육을 제대로 못하면 4차 산업혁명에서 도태될 것이다. 로봇을 자기 손발 다루듯이 할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앞으로는 노사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RO社 관계’ 즉, 로봇과 회사의 관계가 관건이 될 것이다. “로봇과 회사와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가? 어느 회사가 훌륭한 로봇을 가지고 있나? 얼마나 학습된 로봇을 가지고 있나?”가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학습이 실수를 막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발전될 또 한 가지 기술은 무선통신 기술이다. 지금은 컨트롤러와 로봇이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무선통신은 노이즈나 속도의 문제가 있었는데, 5세대로 넘어오면서 속도문제가 많이 극복이 됐다. 거의 광케이블 수준으로 무선통신 속도가 확보가 됐다. 그래서 무선통신 속도가 어느 정도 되면, 공장이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 덕트가 여기저기 섞이고 이런 거 없이, 컨트롤러는 저기 있고, 무선으로 로봇 단독으로 통신이 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작년 말 언론에 발표된 내용으로 SK텔레콤이 5G특화망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팔레타이징이 실증사업 중 하나로 진행 중이며, 계속 학습을 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딥러닝을 하는 로봇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딥러닝을 한다는 건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해야 되고, 거기에는 반드시 인공지능에 대한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 ABB도 이런 방향으로 기술이 전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Q. ABB코리아의 로봇 사업전략은 어떻게 가져가고 있나?
A. ABB는 전 세계 로봇 선도 기업이다. ABB는 기존 적용 분야인 스폿용접, 대단위 자동차 시장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이 시장은 가격경쟁이 보편화되고 솔루션이 제한적이다. ABB는 점차 이런 기존 시장, 기존 적용 분야에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분야로 확대하며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강점으로 꾸준하게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시키고자 한다. 품질경쟁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 준비시간, 가동시간, 부품수급, 서비스 등 총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ABB 로봇은 결코 비싸다고 보긴 어렵다. 엔지니어링 및 서비스도 국내 고급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관련 인원이 100여명인데, 서비스 전문 엔지니어가 30명 정도 있다. 이러한 우리 ABB코리아만의 강점을 무기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 강화해 나가고 있다.
Q. 올해 ABB코리아의 로봇 비즈니스 목표는?
A. 실적 측면에서 ABB그룹은 2022년 수주 340억 달러, 매출 295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실적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수주 9%, 매출 22% 성장을 기록하며 좋은 시작을 알렸다. 전세계 시장 불확실성이 있지만 최소 10% 이상 매출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